나는 외롭지 않다
지난 12일 온 종일 야당견제론과 지역발전론을 펼치며 캠페인을 하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얼마를 잤을까. 전화 소리에 깨어 일어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내가 후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뉴스가 뜨고 있다며 보좌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한 밤에 정치적으로 저격을 당하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적대세력들이 나를 박해하였지만 이렇게 기습적으로 아주 은밀하고 용의주도하게 나를 암살하려는 기도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나는 다시 머리를 들어 어둠에 덮인 하늘과 땅을 바라보았다.
노 정권은 지난 총선에서 나의 정치생명을 끊기 위해 터무니 없는 누명을 뒤집어 씌워 감옥에 잡아넣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천 탈락의 올가미로 목을 조르니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누구인가.
통합민주당은 아직도 합당의 과정에 있다. 법적으로 중앙당만 통합이 이루어지고 지방조직이나 사무처의 통합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통합민주당은 구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를 채택하였다. 나는 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그러니 그들의 저격은 동시에 통합의 대의와 중도개혁주의에 대한 저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정당의 공천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헌법의 요구이다. 선거에 나가 승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대전제이다. 그러므로 승리가 거의 확실한 후보를 버리고 승리가 불가능한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공천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저지르는 폭력에 불과할 뿐이다.
그들은 당선이 확실한 나를 죽이고 당선이 불가능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다. 나를 제거하려는 목적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치에서 왕은 곧 국민이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보다 우월한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최후로 의지할 국민이 있고, 마지막으로 믿어야 할 유권자의 판단이 남아있다.
그들이 나를 박해하고 있으나 나에겐 왕이 계시므로 외롭지 않다. 이 땅에 참다운 정의, 평화 그리고 번영이 충만하는 그날까지, 나의 정치적 꿈과 소망이 살아 숨쉬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할 유일한 존재는 왕이신 국민 밖에 아무도 없다.
오늘도 어둠을 헤치고 찾아와 희망의 불을 밝혀주시는 여러분께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2008. 3. 14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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