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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바다와 싸우다(2)

내우(內憂)는 외환(外患)을 부른다


   중국이 역사 침략의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고대국가 고구려를 자기 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고구려의 전신(前身)인 고조선과 동예, 옥저 등 고대국가는 어찌되는 것인가. 또 그 후신(後身)인 발해는 어찌되는 것인가. 우리의 고대사를 송두리째 다 말아 먹자는 속셈이 아닌가. 나는 일찍이 영토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역사의 침략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작년부터인가, 언론을 통해 중국의 이 역사침략 기도가 연일 폭로되고 있는데도 이 정권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응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반미 감정을 확산시키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제1의 파트너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 그들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디 중국뿐인가. 일본도 최근 국수주의적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하게 치고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기자가 무엄하게도 한국의 대통령에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질문한다. 일본기자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지칭하며 질문할 때, 우리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에 독도는 있으나 죽도는 없다고 딱 잘라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발 더 나아가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에 시비를 거는 일은 국제사회의 정의에도 반하며 한일 양국의 이익을 해칠 뿐이다, 만일 우리가 세종대왕시대 복속시킨 대마도의 영유권을 주장한다면 일본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면 또 얼마나 명쾌했을까. 사실 대마도는 이종무가 1419년 정벌하여 우리 영토에 복속시킨 후 우리나라가 그 영유권을 포기한 일이 없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은 그 질문을 받고 엉겁결에 다케시마 운운하며 얼버무리고 말았으니 국민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현대에는 군사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다. 또 굳이 전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거나 국가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다른 수단으로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시장은 개방되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상호의존관계는 깊어만 간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나라는 무역이나 경제협력 등 경제적 수단만 가지고도 다른 나라를 굴복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중국이 저같이 무도한 역사침략을 감행하고, 일본이 뻔뻔스럽게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우리를 깔보며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그들이 우월한 지위를 확보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격하면 승리가 보장되는 유리한 시점이라고 믿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왜 그런 판단을 했을까. 또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가 내우(內憂)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져있음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또 동북아시아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줄 힘의 균형추는 뭐니 뭐니 해도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그 동맹은 힘을 잃고 와해(瓦解)를 향해 한걸음씩 가고 있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된 그 힘의 공백을 중국이나 일본이 우호적으로 메워줄 것으로 이 정권이 판단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고래(古來)로 언제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의 자주나 독립, 또 결정적 이해를 뒷받침해 준 일이 있었던가. 힘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그들은 끝없이 우리를 침략하지 않았던가.

   보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은 누구의 책임인가. 또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우리나라를 고립시킨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정권이다. 이 정권은 그저 국정의 최고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 그 이상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들은 내우를 일으켰고, 그 내우는 외환(外患)을 불러 온 것이다. 총성은 없다지만 우리보다 몇 배나 규모가 큰 인구, 국토 그리고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역사와 영토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이보다 더 심각한 외환이 어디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 우리 편을 들어줄 동맹도 사라져가고 있으니, 이 도전을 우리 힘만으로 감당해야 할 판이다.  

   과연 우리에게 어떤 수단이 있을까. 우리가 그들 나라와의 관계를 험악하게 몰고 가면 결국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서로 간에 경제보복이 시작되면 그들이 받을 타격에 비해 우리가 받을 타격은 파멸적인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이 이 사실을 읽지 않고 이런 엄청난 도발을 감행했을 리 없으리라. 그들은 때를 기다렸고, 우리는 멍청하게도 틈을 내준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이 도전을 극복해야 하나. 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방도는 무엇인가. 나는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왜 중국은 저렇게 이치에도 닿지 않는 황당무계한 짓을 벌이는 것일까. 우선 이것을 알아야 한다. 중국은 1992년 우리나라와의 수교 이전부터 수교 후 급속히 성장할지도 모르는 옛 만주(지금의 동북3성)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민족의식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용의주도하게 대비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선족자치주에 한족 출신 인구를 늘려 60%이던 조선족의 인구비율을 40% 이하로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아 착수한 것이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이다. 중국의 동북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을 체계적으로 다시 연구한다는 것이다. 2001년 기획되고, 2002. 2. 18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 본격 착수되었다. 물론 결론을 정해놓고 벌이는 공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은 옛 만주 지역에서 우리 민족의식이 팽창하여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두려움이 역사침략이라는 선제공격을 가져왔다고 나는 믿는다. 설마 중국이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역사적,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중국의 주류민족은 한족(漢族)이다. 한족 이외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다고 하지만 그 수를 다 합쳐도 미미하다. 특히 티베트를 제외하면 잠재적으로도 민족문제를 일으킬만한 소수민족이 없는 실정이다. 모두 다 중국에 동화(同化)된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 민족이 배후에서 독립 국가를 이루고 있는 경우도 몽골과 한국을 제외하면 없는 형편이다. 몽골은 현실적으로 가까운 장래에 다시 위협적 존재가 되기 어려운 나라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분단의 악조건 속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그 기상 또한 호방한 나라이다. 수교가 되고 왕래가 많아지면, 특히 한국이 통일되어 더 강대한 나라가 되면 만주지역 조선족들의 민족의식이 폭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그들은 판단했을 것이다.

   중국의 주류민족인 한족은 북방 민족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중국의 고대로부터 북방 기마민족, 유목민족의 침략 때문에 그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만리장성을 쌓았겠는가. 또 그 환경 좋은 도읍을 다 버리고 척박한 북경을 수도로 정했겠는가. 모두 다 그 두려움 때문이다. 중국 역사 가운데 거란족이 세운 ‘요(遼)’, 여진족이 세운 ‘금(金)’ 나라를  빼고도 북방 소수 민족이 전 중국을 지배한 통일왕조만 하더라도 몽골족의 ‘원(元)’과 여진족의 ‘청(淸)’ 나라가 있다. 수백년 간 중국 대륙을 지배한 몽골족과 여진족은 당시 인구수로 볼 때 한족의 백분의 일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소수 민족이었다. 이 억센 북방의 소수 민족에게만 한족은 긴 세월 동안 지배를 받은 것이다. 그러니 두려움을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지금 중국이 그 역사를 말살하려는 고구려는 당연히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이다. 그 고구려의 위력은 어떠하였던가. 고구려와의 충돌과정에서 통일 왕조 ‘수(隋)’가 멸망하고, 그 뒤를 이은 ‘당(唐)’이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우리는 먼저 중국의 이 두려움을 없애주어야 한다. 요즘 일부 책임있는 사람들이 고대사의 연구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방도인양 말한다. 물론 그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이 싸움이 역사 이론의 우열로 판가름 나겠는가. 중국이 이론의 우위로 싸움을 걸어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중국과의 수교를 전후하여 지금까지 많은 우리 국민들이 만주지역을 방문하여 이곳이 우리 땅이라는 메시지를 얼마나 남발했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시대는 변했다. 이제 총칼로 영토를 넓힐 필요가 없다. 그 나라의 경제력과 문화의 영향력을 통하여 국민들이 더 넓은 영역에서 더 많은 기회를 향유할 수 있으면 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각에서 중국의 불필요한 두려움, 그리고 그로부터 증폭되는 역사침략의 확대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 차원에서, 미래의 한중관계가 어떤 경우에도 영토 싸움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또 한국은 그럴 의지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설파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내우(內憂)를 해소하여 국민적 단합을 이루고, 동맹을 강화하여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우리가 튼튼하면 상대가 우리를 깔보고 덤비지 못한다. 우리가 분열되고 편들어줄 곳이 없으면 언제 또 어떤 침략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우를 해소하고, 동맹을 강화하는 문제는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그 출발이다. 여기서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통일이다. 이제 통일을 더 이상 두려워해서도 안되며, 지체해서도 안된다. 도대체 독일이 통일을 이룬지 얼마가 지났는가. 15년이 지나도록 마지막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통탄할 일이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동북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면, 중국도 일본도 이렇게 우리를 능멸하지는 못할 것이다. 분단 상황으로 소진되는 우리 민족의 에너지를 하나로 융합, 폭발적 힘을 분출시켜 우리의 자존을 지킬 수 있는 근원적 길은 통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은 벌어졌다. 냉철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 허둥대거나 좌절해서는 안되며, 특히 상대의 강한 곳에서 우리의 약점을 노출시키며 확전해서도 안된다. 싸움을 언제 끝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도발로 우리 국민이 정신적 상처를 받고 기(氣)가 꺾이는 것이 아니라, 더 용기 있게 우리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단합을 이루며, 역량을 모아 통일을 성취하는 계기를 만들면, 결국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가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일본에 대하여는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의 단합과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가 바로 그들이다. 통일을 이룰 때 그들의 도발 의지는 꺾이게 된다.

   보라, 우리에게 밀려드는 저 높은 파도를. 그러나 타고 넘으면 그 뿐이다. 사실 도둑질해간다고 없어질 역사인가. 우리 민족의 영혼속에 살아 숨쉬는 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대륙을 호령하던 기마민족인 한민족(韓民族)! 그 웅혼(雄渾)의 기상을 드높여 미래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2004.   8.   10

이   인   제




 

Posted by 뉴스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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