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할머니는 전쟁 때의 이야기며, 중견 탤런트인 강부자씨가 옛날 함께 살았는데 얼마 전 만났던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들려 주셨다.
“할머님, 130세까지 건강하게 살으셔서 우리들의 자랑이 되어 주세요”
내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까 할머니는 뜻밖에도 “글세 130을 더 살을지 못 살을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사는데까지 사는거지” 이렇게 대답을 하신다.
순간 나를 비롯하여 우리 일행들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노인 어른께 오래 오래 살으시라고 덕담을 하면 대개는 지금까지도 오래 살았는데 더 오래 살면 무엇을 하느냐, 빨리 죽어야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이 할머님은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며느님께도 많은 것을 여쭈어 보았다. 모두 4남 1녀를 두었는데 결혼한 후 각자 나가 살고 있고 이렇게 할머니를 모시고 구멍가게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유옥녀라며 웃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송옥례라고 한다. 할머니의 이름이 “옥녀”라! 옥녀봉 밑의 옥녀! 나는 문득 그 어떤 숙명의 끈이 이 두 여인과 옥녀봉의 두 느티나무 사이에 단단히 묶여있다는 영감에 사로잡혔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이곳에 내려와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올라오라는 부름을 받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급한 나머지 그만 앞가슴을 내놓고 옥황상제 앞에 나서게 되었다. 이를 본 상제께서 화가 난 나머지 거울 하나만을 주며 땅에 내려가 살도록 명령을 내렸고, 옥녀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울다 이곳에서 죽게 되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던 거울은 바위로 변하여 옥녀봉 바로 밑의 용영대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두 여인이 그 쌓이는 연륜, 불변의 효심으로 분명 먼 훗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져나갈 전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고부간의 사랑과 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 아름다운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 여인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옥녀봉 정상에 오른다. 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 금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평원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은 이어져 가고 있구나!
옥녀봉을 내려와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상념에 잠겼다. 나의 소년 시절, 잠시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봄이면 밀짚모자의 재료가 되는 밀대를 따가지고 내다 팔았는데 밀짚모자 공장이 강경에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짠 밀대를 머리에 가득 이고 이 강경까지 나오시곤 하셨다.
연산 집에서 강경까지는 줄잡아 12km가 넘는다. 언제나 걸어다니셨으니 왕복 24km이다.
밀대를 판 돈으로 강경의 명물인 황새기 젓갈을 사오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 대지와 같은 여인의 위대함이여!
2003. 3. 26
“할머님, 130세까지 건강하게 살으셔서 우리들의 자랑이 되어 주세요”
내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니까 할머니는 뜻밖에도 “글세 130을 더 살을지 못 살을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사는데까지 사는거지” 이렇게 대답을 하신다.
순간 나를 비롯하여 우리 일행들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노인 어른께 오래 오래 살으시라고 덕담을 하면 대개는 지금까지도 오래 살았는데 더 오래 살면 무엇을 하느냐, 빨리 죽어야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이 할머님은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며느님께도 많은 것을 여쭈어 보았다. 모두 4남 1녀를 두었는데 결혼한 후 각자 나가 살고 있고 이렇게 할머니를 모시고 구멍가게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유옥녀라며 웃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송옥례라고 한다. 할머니의 이름이 “옥녀”라! 옥녀봉 밑의 옥녀! 나는 문득 그 어떤 숙명의 끈이 이 두 여인과 옥녀봉의 두 느티나무 사이에 단단히 묶여있다는 영감에 사로잡혔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이곳에 내려와 목욕을 하다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올라오라는 부름을 받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급한 나머지 그만 앞가슴을 내놓고 옥황상제 앞에 나서게 되었다. 이를 본 상제께서 화가 난 나머지 거울 하나만을 주며 땅에 내려가 살도록 명령을 내렸고, 옥녀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울다 이곳에서 죽게 되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던 거울은 바위로 변하여 옥녀봉 바로 밑의 용영대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두 여인이 그 쌓이는 연륜, 불변의 효심으로 분명 먼 훗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져나갈 전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고부간의 사랑과 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 아름다운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 여인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옥녀봉 정상에 오른다. 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다. 금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평원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은 이어져 가고 있구나!
옥녀봉을 내려와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상념에 잠겼다. 나의 소년 시절, 잠시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봄이면 밀짚모자의 재료가 되는 밀대를 따가지고 내다 팔았는데 밀짚모자 공장이 강경에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가족들과 함께 짠 밀대를 머리에 가득 이고 이 강경까지 나오시곤 하셨다.
연산 집에서 강경까지는 줄잡아 12km가 넘는다. 언제나 걸어다니셨으니 왕복 24km이다.
밀대를 판 돈으로 강경의 명물인 황새기 젓갈을 사오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 대지와 같은 여인의 위대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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