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태평양을 건너며 굽어보는 대양은 그야말로 "큰 평화" 그 자체이다.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도 한 점의 낭만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를 타고 파도에 흔들릴 때 바다의 힘을 느낀다.

2년 전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를 가서 잠수함을 타볼 기회를 가졌다. 수 십 미터까지 잠수하였을 때 느꼈던 외부세계로부터 일체의 소음을 허용하지 않는 침묵의 무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98년으로 기억이 되는데, 동해안에서 스킨스쿠버 훈련을 받은 일이 있다. 바다 속에는 겉에서 볼 수 없는 물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다는 시간이 가져다 주는 변화말고도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정치는 민심이 만들어 내는 예술이다. 그런데 그 민심의 변화와 존재 양식은 바다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나는 그동안 비행기에서 대양을 굽어보듯 민심을 바라보았던 것은 아닐까. 그 힘과 무게와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가야 한다. 그 무거운 침묵과 격렬한 힘 그리고 일정한 법칙을 따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흐름에 나를 던져야 한다.

일주일 동안 내 지역구인 금산과 논산에서 많은 주민들과 만나 인사도 드리고 대화를 나누었다. 가능한 한 민감한 정치적 문제들은 거론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갖고 성원해 주셨는데 대통령이 되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은 빠뜨리지 않았다. 아직 젊으니까 다음 기회가 또 있지 않느냐, 너무 실망하지 말라, 이렇게 격려도 많이 해 주셨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왜 당을 옮겼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걱정을 해 주신다. 아무 말 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농촌 지역을 돌면서 새삼 절박한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농가부채나 농업의 채산성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둘째이다.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린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동네의 초등학교는 폐교되어 인삼 가공공장으로 쓰이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농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쉰 살의 농업전문 경영인이 자기가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어이가 없는지 허허 웃는다. 사람은 서로 어우러져 살아야 살맛이 나는데 노인 어른들만 모여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

서대산 동쪽 산간 마을에 가니 월남에서 며느리를 맞이해 온 가정이 있었다. 아들이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도 신부 감을 구할 수 없어 월남의 처녀를 데려와 결혼을 시켰는데 얼마 전 딸을 낳았다고 그 아버지께서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우리말은 많이 배웠느냐고 묻자 아주 쉽게 배워 지금은 큰 불편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이 농민들의 이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는지 깊이 반성한다. 얼마 전 13대 때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농민 출신의 박경수 의원을 만난 일이 있는데 그 분이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열심히 펼치던 일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장가를 못가 고민하는 젊은이가 우리 농촌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걱정이다.

나는 수영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니다. 힘을 빼고 물결에 몸을 맡겨야 수영을 잘 할 수 있다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생활 일선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을 만나며 나 자신이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처럼 느껴진다. 바다의 섭리를 따라 항해를 해 나가듯 민심의 위대한 힘에 의해서만 정치는 진전을 이룬다.

마음을 비우고 민심의 바다에 그대로의 나를 던져야 한다. 더욱 겸손하게 순한 양처럼 바다의 물결에 나를 맡겨야 한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2003. 2. 15.



Posted by 뉴스박스
,
노정권이 출범한지 석달을 넘어서고 있다. 이 짧은 기간동안 경제, 사회, 안보와 외교 현장에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벌어진다. 물론 정권 초기에는 불가피하게 국정의 혼란이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권 초기의 일시적 혼란을 국가위기로 연결하여 국민들이 걱정하는 일은 가까운 우리 헌정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하물며 국정을 담당한 정권 스스로가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특별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사람이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이를 맞받아 “국민 노릇 못해먹겠다”는 논평을 내놓는 모습을 바라보며 분노와 실망 이전에 허탈과 절망 속에 빠져들 국민들의 가슴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몸둘 바를 모르겠다.                      
             
과연 우리의 현 상황은 위기인가? 위기라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위기 극복의 희망은 있는 것인가?

정부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일으킨다고 판단되는 파업과 집단행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민간의 인력과 장비 징발, 업무복귀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국가위기대응특별법”의 제정을 검토중이라 한다.

무엇이 위기인지는 말하지 않고, 그 위기의 원인에 관하여 깊이 있는 성찰은 외면한 채, 위기의 징후로 나타난 현상을 강제로 소멸시킬 권력적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노동관계법에는 “직권중재”제도나, 노동부장관의 “긴급조정권”이라는 수단이 있고, 헌법상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최소한의 필요한 처분이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대통령의 긴급권”이 부여되어 있다.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단행할 때 바로 이 긴급권을 발동하였다.

도대체 이 정권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특별법을 운위하는지 알 수 없다. 알면서도 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면 그들의 의도는 자명하다. 권위적 통치를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제도화하여 독재의 문을 열겠다는 의도이다. 헌법상의 긴급권은 그야말로 예외적으로 발동되는 최소한의 권력인데 그러한 권력을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니,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시대에 독재라니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세 방향으로부터 몰려오고 있다.
하나는 경제, 특히 서민경제의 파탄이다. 둘은 사회구성원간의 대립과 갈등이다. 사회통합을 위해 땀흘려야 할 권력은 오히려 집단과 집단간의 적대감을 키워 점점 더 화해를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셋은 안보이다. 특히 북한 핵이라는 절체절명의 이슈를 강건너 불처럼 바라보다가 나라를 고립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정권은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지 사회를 변혁하려 해서는 안된다. 국가경영은 경제를 성장시켜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일이며,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여 사회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현재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에 이르며, 자고 일어나면 3,000명의 새로운 불량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 정권이나 이 정권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휴일을 주지 못해 안달이다. 근면하게 일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또 어떠한가. 하루가 다르게 기업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투자, 고용, 생산, 소비의 선순환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모두 다 경제에 관한 비전과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정부정책을 믿지 못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누가 기꺼이 투자를 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는 물론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다양한 집단들이 존재한다. 이들 집단간의 이해관계를 미리미리 조절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 정부에 중추신경조직이 살아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분쟁이 폭발했을 때 그 해결과정에서 정부가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된다. 그러나 이 정권 들어서 발생한 두산중공업, 철도, 화물연대 등의 사태에서 원칙을 무너뜨린 측은 바로 정부였다. 입만 열면 원칙과 소신을 떠들던 사람들이 일만 터지면 우왕좌왕하면서 편법을 동원한다. 나쁜 선례는 반드시 상황을 더 악화시키게 마련이다. 이 컬럼을 쓰고 있는 시간에 교육부가 전교조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문제에 관하여 타협을 이루어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 대혼란을 예고하는 경적음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 나라에 교육정책당국이 교육부외에 또 하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만 천하에 알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말 그대로 노동조합이다. 교육정책을 가지고 정부와 협상을 벌리거나 집단의 힘으로 정부를 굴복시킬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원칙이 송두리째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강둑이 무너지면 닥쳐올 것은 재앙밖에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도,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이 정부에는 없는 것 같다.
                        
최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을 놓고 많은 국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우리 스스로 앉지않아도 된다고 말해놓았는데 엊그제 미일정상회담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그 협상테이블에 반드시 앉아야 된다고 합의하였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족의 생존이 걸린 이 문제에 관하여 우리는 도대체 방관자인가, 국외자인가, 아니면 당사자인가. 참으로 처연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언제나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어려움의 본질을 외면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리더십이 끝내 상황을 위기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려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의 본질을 꿰뚫고 비전과 전략을 마련한 다음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은 호소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할 것이다. 1979년 집권한 대처 수상이 몰락하는 석양의 나라 영국을 어떻게 구해낼 수 있었는가. 70년대 기업과 자본의 탈출로 산업공동화의 위기를 맞은 미국의 경제를 레이건 대통령이 어떠한 리더십으로 소생시켰는가.

정답은 단 하나이다. 지도자의 용기있고 정직한 리더십이다. 위기적 상황은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직하고 용기있는 리더십에 의하여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국가위기대응특별법”문제를 놓고 불필요한 논쟁이 없기를 바란다.


2003. 5. 26



 
Posted by 뉴스박스
,
그들의 개혁을 말한다.
-- 퇴보주의와의 전쟁(1)--


한국 정치의 최대 유행어는 “개혁”이다. 어느 시대이든 개혁이 운위되지 않은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 말이 홍수를 이룬 시대가 있었을까.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권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변화와 개혁”이었다. 나는 그 정권의 초대 노동부 장관으로서 그야말로 질풍노도와 같은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곧 이어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로서 지방경영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데 헌신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98년 국가부도의 위기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권에게도 임기 내내 개혁은 숙명적인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3년 출범한 이 정권에서 부르짖는 개혁의 구호 속에서는 과거 정권 시절의 그 것 속에 담겨있던 최소한의 진실성, 절박성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남발하여 혼란스럽게 느껴지고, 너무 시끄러워 오히려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개혁(reform)은 혁명(revolution)과 다르다.

낡은 집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자. 낡은 부분을 고쳐 모두 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을 때, 그 구성원들의 동의와 참여 속에 집을 고친다면, 우리는 이것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우월한 힘을 갖고 있는 세력이 자기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살면서 언제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힘없는 사람들을 억누르며 집의 수리를 거부할 때, 억눌린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억누르는 자들을 타도하고 집을 허물어 새로운 집을 짓는다면, 우리는 이것을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개혁에는 설득해야 할 반대자는 있어도 타도해야 할 적은 없다. 이에 반하여 혁명에는 타도해야 할 적이 있다. 적이 없다면 만들어 내기라도 해야 한다.

지금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누구를 설득할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누군가를 적대시하고, 적이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 한다. 통합을 외치면서 분열을 조장한다. 말은 개혁인데, 행동은 혁명을 닮았다. 자기들 내부에서조차 1966년 폭발한 중국 문화혁명의 선봉인 홍위병의 행동과 같다고 공공연히 비판하는 소리가 들린다.

혁명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혁명을 위하여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상과 열정 그리고 헌신이 뒤따라야 한다. 그들의 어디에서 이런 미덕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그들의 외침은 메아리 없는 공허함으로 시대의 절망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혁명은 구호와 적대감만으로도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은 비전, 목표, 청사진, 설계와 전략이 준비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동의와 참여를 끌어낼 방도가 없다.
다시 말하면, 혁명은 감성이요, 개혁은 과학이다. 그런데 그들의 몸짓에서 감성은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그들의 행동에서 과학은 찾아볼 수 없다. 나는 그들의 입에서 진지한 고뇌 끝에 나오는 비전과 전략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니 모두 다 혼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개혁은 특정 세력, 특히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시대의 성공적인 개혁은 보수적인 세력에 의해 추진되었다. 영국 보수당의 대처 수상이 몰락하는 영국을 다시 살려 놓았고, 미국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산업공동화로 치닫던 경제를 다시 회생시킨 사실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문화혁명의 극좌파를 몰아내고 중국의 현대화를 이끈 실용주의자 등소평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확고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여 마침내 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지도자들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에서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개혁을 자기들의 전유물로 치부하고 자기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개혁의 적으로 공격하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이보다 더 어리석고 가소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개혁이든 혁명이든 결국은 더 좋은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개혁과 혁명 모두 내재적으로 진보(progress)를 함축하는 개념인 것이다. 사실 그들은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자처할지 모른다. 과연 그러한가. 나의 대답은 정반대이다. 그들이 타고 있는 궤도는 불행이도 퇴보(regress)이거나 퇴행(retrogress)의 궤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conservation)라는 말처럼 인기 없는 말도 드물다. 앞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여 이 컬럼에 써 나갈 생각이다.          
     
사실 보수나 진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고르바쵸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외칠 때 소비에트 사회주의체제를 옹호하는자들은 보수이고, 자본주의와 다원적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은 진보였다. 반대로 자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빈부격차를 시정하기 위하여 사회주의원리 일부를 원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진보이고, 이를 반대하면 보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 구분이 통용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역사의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세계화와 지식화의 거대한 물결이 과거의 패러다임을 허용하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시대와 문명을 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 어디를 보아도 미래를 향한 창조와 개척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 소멸되었거나 그냥 두어도 자연히 소멸할 과거의 모순을 현재와 미래의 문제로 치환해 놓고 누군가를 적으로 몰며 소란을 피운다. 이것이 퇴보이고 퇴행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건강한 사람도 때로는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 악몽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한 나라, 한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적은 퇴보주의이다. 시대의 대전환을 외면하고 퇴보와 퇴행의 미로를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워 그 악몽을 털고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퇴보주의의 악몽을 벗어났을 때 우리 모두는 위대한 미래의 창조를 향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경쟁과 협력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2003. 6. 3


Posted by 뉴스박스
,
올 겨울은 유난히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벌써 1월도 끝을 향하고 봄 기운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몇 번이고 꽃샘 추위가 더 있겠지만 봄이 오는 대세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어제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내, 그리고 동서내외와 함께 여주에 있는 목아 박물관과 명성황후 생가를 찾았다.

목아 박물관은 내가 도지사 시절 방문한 이래 5년 가까이 찾아보지 못하였는데 이제 와 보니 큰 건물이 두 채나 더 지어져 있고 새로운 조각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었다. 나는 많은 예술가들을 알고 또 그분들을 존경하지만, 이 박물관의 박찬수 관장을 특히 존경한다. '불교 조각예술' 이 한 분야에 바치는 그 분의 예술 혼과 장인정신을 보노라면 내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

나는 목숨을 걸고 정치인으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 하였던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고 불쑥 찾아 왔는데 누구로부터인가 연락을 받고 한참 관람중인 우리에게 관장께서 달려왔다. 얼마나 반가운 만남이란 말인가. 우리는 손을 꼭 잡고 한참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직 점심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니 우리를 경내에 있는 식당 '걸구쟁이네 집'으로 안내한다. 아, 음식이 어찌 이리도 정갈하고 맛이 있을 수 있을까. 이곳에 오면 누구나 '걸구'라는 이름처럼 탐욕스럽게 과식할 것만 같다. 식후에 관장 사모님으로부터 영월 산 오미자 차와 산정의 곶감을 대접받았다. 옆방에서는 관장의 두 아들과 학예사 아가씨가 만여 점의 수장 예술품을 분류,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관장 내외분께 '두 아들이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힘든 불교예술에 투신할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 내외가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

98년 봄쯤으로 기억된다. 실리콘밸리 샌 호세에 있는 휴렛 패커드사를 방문한 일이 있는데 그 때 나는 2층 회장실 바로 옆에 아담한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은 일이 있다. 일본의 협력회사가 이 실내정원을 만들어 기증했다는 것이다. 세계적 회사 HP의 최고경영자가 일본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어떤 구상을 하게 될까? 나는 그때 문화와 비즈니스가 하나로 융합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문화적 역량없이 경제적 번영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1700 여 년 전 이 땅에 전래되어 찬란하게 꽃을 피운 불교 문화예술, 그 맥을 잇기 위해 오늘도 땀과 눈물과 혼을 쏟아 붓는 박 관장과 그 가족들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떠나는 나에게 박 관장이 덕담 한마디를 건넨다. "지사께서 설립한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매년 80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아 그래도 박물관 경영에 다소 도움이 됩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박물관을 나와 우리 일행은 여주읍 능현리에 있는 명성황후 생가를 찾았다. 지사시절 생가 한 채만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당시 박용국 군수와 상의한 끝에 이 지역을 역사 유적지로 단장하여 교육과 관광의 명소로 만들자고 한 것이 8년 전쯤 일이다. 와서 보니 어느 정도 규모도 갖추고, 찾는 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다. 구 한 말 스러져 가는 국운을 일으키려고 몸부림치다 순국한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의 생가가 이제 반듯한 모습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 곳에서 우리는 국운이 쇠하고 나라가 망했을 때 어떤 비극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한 위대한 여인의 생애를 통해 배우고 느끼게 된다.

일요일 오후 여주로부터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하다. 동해안과 태백산맥에서 휴식을 취한 사람들이 밀물처럼 돌아온다. 그러나 이 날 만큼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예술의 심연과 역사의 격랑이 끝없는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다. 아, 어제는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03. 1. 20.


Posted by 뉴스박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당 이인제(사진) 전 대선 후보가 대선 4수에 도전할 뜻임을 시사했다.

이 전 후보는 3일 기자들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당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면서 “5년 후에 (대선에) 다시 나오지 않겠느냐. 포커판(지난 대선)에서 돈(지지율)은 다 잃었지만, 개평을 얻어서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후보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퇴진하면서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면서 “나는 21년째 허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실업(實業)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우파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올 한 해 경제는 좋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이 당선인이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http://news.media.daum.net/politics/others/200801/05/donga/v19499051.html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0&aid=0000447991


Posted by 뉴스박스
,
광야에 부는 바람(1) 붉은 태양은 떠오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침 일찍 당의 단배식(團拜式)에 참석하였다. 대선에서의 참담한 패배와 총선에 대한 비관론 때문인지 당원의 수도 적고 열기도 전과 같지 않다.

참으로 큰 책임을 통감한다. 

나는 국립묘지를 향해 한강 강변도로를 달리며 힘차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았다. 2008년 새해를 밝히는 첫 태양이다. 오늘의 태양은 유난히도 커  보인다. 우리 겨레의 소망을 모두 담은 탓일까. 아무쪼록 올 한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신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빈다.

우리는 호국영령에 대한 참배를 마치고 수유리 4.19 묘지를 찾았다.  새해 원단(元旦)의 햇빛이 도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묘역을 가득 메우고 있다.

참배객이라고는 우리 일행 밖에 없다. 몇 몇 어머니들이 있어 살펴보니 바로 유족회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다. 48년 전 민주혁명의 제단에 아들을 바친 어머니들의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을 보았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이다.  묘역 뒤로 인수봉이 아침 태양을  반사하지만 시내보다 훨씬 더 추위를 느낀다. 그래도 여성 당원들이 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니 그 향(香)과 인정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묘역을 뒤로 한 채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상념에 젖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흔히 자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 지방자치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모두 한나라당의 일당 지배로 떨어졌다.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의회까지 전혀 견제세력이 없는 완전한 일당 지배로 말이다.

한 마디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사라졌다.

이제 중앙정부까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남은 것은 국회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과연 견제세력이 만들어질 것인가. 대선을 휩쓴 민심의 쓰나미(tsunami, 해일)가 총선에도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이 230석을 넘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회마저 일당 지배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사망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고귀한 생명을 바친 영령들께 방금 내가 무슨 낯으로 머리를 숙였는지 혼란을 느낀다. 나의 무능과 무력감이 뼛속 깊이 스며온다. 

나는 다시 눈을 들어 붉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 우리 가슴에 희망과 열정도 식지 않으리라! 나의 가슴은 다시 뛰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렇다!  우리는 민주주의 지평을 지켜야 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흉포해지고 부패하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선에서 견제세력을 만드는 일은 나와 민주당의 사명이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집에 도착하니 대모산 정상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시간은 위대한 변화를 몰고 온다. 이 차가운 바람으로부터 나는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으리!



2008.   1.    1
이     인     제


 

"IJ World를 지켜주시는 네티즌 여러분께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복된 한해가 되기를 빕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함께 사랑하고 고뇌하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입니다.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꿈이 너무나 아름답고 크기에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 시련을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 사전에 포기나 좌절은 없습니다.
꿈을 향한 도전!  이로써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언제나 건강하며 신의 은총 충만하기를!" 


 

Posted by 뉴스박스
,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선거유세 마지막 날인 오늘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외롭고 고통스럽지만 당당히 싸워나갈 것이라며 대선 완주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후보단일화 과정에 대해 민주당을 와해시키려는 공작만이 난무했고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며 자신은 민주당의 위대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부패한 수구정권의 탄생을 막는 길은 선거혁명을 통해 뒤집어 엎는 길 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신호 [sino@ytn.co.kr] 2007-12-18 오후 12:35:01
Posted by 뉴스박스
,

새해가 밝았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복 된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지난 해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만 끼쳐드렸습니다.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주당에 큰 부담을 안겨드린 일입니다. 모두 다 저의 능력이 부족하고 덕이 모자란 탓입니다.

저는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백의종군 할 각오입니다.

국민은 이 땅의 위대한 주인으로서 한번 결단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이명박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서민 중산층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오직 국민의 편에 서서 새 정부가 국민을 위해 올바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려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절망의 그림자를 지우고 희망의 빛을 채워야 합니다.

저의 꿈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지식경제 강국이 되고 문화 대국이 되며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루는 일입니다.

저는 20년 전 정치를 시작하면서 키워 온 이 꿈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심해 본 일이 없습니다. 시련이 닥칠 때마다 저를 지켜준 것은 바로 이 꿈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저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다시 광야의 바람 앞에 서 있는 저에게 더 뜨거운 사랑과 더 무거운 채찍을 동시에 허락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불굴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서 국민의 뜻을 받들고 나라의 장래를 개척하는 정치인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언제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만 끼쳐드린데 대하여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올 한해 새로운 계획들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가정에 평안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저의 인사를 마칩니다.

항상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2008.  새해 아침
이 인 제



 

Posted by 뉴스박스
,